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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액으로 건물주 된다"는 말, 진짜일까요? 저도 1년 전 그 말을 믿고 50만 원을 넣었다가 호되게 당한 적이 있습니다. 조각투자(Fractional Investment)는 고가의 미술품이나 부동산을 신탁 수익증권(STO) 형태로 쪼개어 여러 투자자가 공동 소유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STO란 Security Token Offering의 약자로, 실물 자산의 소유권을 블록체인 기반 토큰으로 발행하여 거래할 수 있게 만든 증권을 의미합니다. 2023년 금융위원회가 'STO 발행 및 유통 규율 체계'를 정립한 이후 제도권 내로 편입되며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죠. 하지만 화려한 광고 뒤에 숨은 현실은 생각보다 가혹했습니다.

     

     

    조각투자 함정

     

    유동성 리스크, 팔고 싶을 때 못 팔아요

     

    조각투자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문제가 바로 유동성입니다. 저는 테사(TESSA)라는 플랫폼을 통해 앤디 워홀의 판화 작품에 투자했습니다. 앱에서 실시간으로 변하는 작품 가격을 보며 "내가 이 유명 작가의 그림을 소유하고 있구나" 하는 뿌듯함이 컸죠. 하지만 급하게 돈이 필요해 지분을 매도하려던 순간, 거래소 내 매수세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산 가격보다 10% 이상 낮춰 매물을 내놓았지만 1주일 넘게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15% 가까이 할인한 가격에 겨우 팔 수 있었습니다. 미술품 조각투자의 평균 보유 기간은 1.5년에서 2년 정도인데(출처: 금융위원회), 이는 거래가 활발하지 않다는 방증입니다. 부동산 조각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카사(Kasa)나 소유(Sou) 같은 앱으로 강남 오피스 빌딩의 수익권을 사면 매달 배당금이 들어오긴 합니다.

    2026년 기준 서울 오피스 빌딩 조각투자의 배당 수익률은 연 3~5% 수준으로 형성되어 있지만, 정작 현금이 필요한 순간 지분을 매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거래소 내 유동성이 부족하면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가격으로 팔 수 없다는 점, 이게 조각투자의 가장 큰 맹점입니다.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매수·매도 체결이 이뤄지는 게 아니라, 누군가 내 가격에 동의해야만 거래가 성사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핵심 유동성 문제 정리:

    • 거래소 내 매수 물량 부족으로 원하는 시점에 현금화 어려움
    • 급매로 내놓을 경우 구매가 대비 10~20% 할인 불가피
    • 부동산 조각투자도 배당 수익률은 있으나 지분 매도는 제한적

    수수료와 원금 비보장, 실제 수익은 기대에 못 미쳐요

    조각투자 플랫폼들은 화려한 UI와 낮은 진입 장벽으로 MZ세대를 끌어모으고 있지만, 정작 실제 수익률은 광고와 다를 때가 많습니다. 제가 투자했던 미술품의 경우, 1년 뒤 매각 완료 알림을 받았을 때 기대 수익률이 연 15~20%라던 광고와 달리 수수료를 제외하니 은행 적금 이자보다 못한 수익을 손에 쥐었습니다. 플랫폼 운용 수수료는 구매 시 약 1~2%, 매각 시에도 별도로 발생하는데, 이 비용이 실제 수익률을 크게 깎아먹는 요인이 됩니다.

    여기서 운용 수수료란 플랫폼이 자산을 관리하고 거래 시스템을 운영하는 대가로 투자자에게 부과하는 비용을 의미합니다. 더 큰 문제는 원금 비보장입니다. 조각투자는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자산 가치가 하락하면 투자금 전액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쿠사마 야요이 같은 거장의 작품이라 해도 시장 수요가 줄어들면 가격이 떨어지고, 그 손실은 고스란히 투자자 몫입니다.

    제 경험상 가장 큰 허점은 정보의 비대칭성입니다. 미술품의 진위 여부나 적정 가치 평가는 일반인이 판단하기 어렵고, 플랫폼이 제시하는 데이터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부동산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배당 수익률 3~5%는 겉보기엔 괜찮아 보이지만, 2026년 현재 고금리 예금 상품과 비교하면 리스크 대비 매력이 크지 않습니다. 플랫폼 운영사가 파산하거나 해킹당할 경우 법적 보호 장치도 여전히 완벽하지 않다는 점도 우려스럽습니다(출처: 경제일보).

    솔직히 "소액으로 건물주가 될 수 있다"는 말은 마케팅일 뿐, 실제로는 몇 백 원짜리 배당금을 받으며 유동성 없는 지분을 들고 있는 상황에 가깝습니다. 조각투자가 고가 자산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췄다는 점은 분명 혁신이지만, 그 이면의 리스크를 간과해선 안 됩니다.

    정리하면, 조각투자는 트렌디한 재테크 수단이긴 하지만 유동성 부족, 높은 수수료, 원금 비보장이라는 세 가지 함정을 안고 있습니다. 단순한 호기심이나 유행에 편승하기보다는, 자산의 실질적 가치와 플랫폼의 수수료 구조를 꼼꼼히 따져보는 비판적 시각이 필요합니다. 저처럼 급하게 현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애초에 장기 보유가 가능한 여유 자금으로만 접근하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투자 전, 해당 플랫폼의 과거 거래 체결 사례와 실제 수익률 데이터를 반드시 확인하세요.


    참고: https://www.fsc.go.kr (금융위원회 공식 보도자료 - 토큰 증권 가이드라인)
    https://www.etoday.co.kr (경제일보 - STO 시장 전망 및 투자자 주의점 기사)